[부여 사람의 이웃 나들이] 차로 30분, 부여 곁에 숨겨진 ‘이국적 숲’을 만나다

우리 집 앞마당 같은 논산 온빛자연휴양림’... 늦가을의 정취와 겨울의 고요함 사이
백마강변과는 또 다른 매력, 메타세쿼이아 숲길 걸으며 누리는 ‘30분의 일탈 

부여 사람들에게 논산은 여행지라기보다 친근한 이웃집같다. 읍내에서 차 시동을 걸고 좋아하는 노래 몇 곡 듣다 보면 어느새 닿는 곳.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지척에 두고도 몰랐던 보석 같은 숲이 있다기에 주말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핸들을 잡았다. 

목적지는 논산시 벌곡면, ‘온빛자연휴양림이다. 부여에서 차로 30~40분 남짓. 익숙한 백마강변의 유유자적함이나 부소산성의 고즈넉함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그곳에 숨어 있었다. 

부소산 소나무 숲과는 다른 매력, ‘주황빛 터널을 걷다 

부여에 사는 특권이라면 역시 사계절 내내 역사의 숨결이 깃든 자연을 누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끔은 탁 트인 백제 유적지 말고,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들어찬 숲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온빛자연휴양림은 그 갈증을 채워주기에 제격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만든 장엄한 터널이었다. 부소산성의 구불구불하고 운치 있는 소나무 숲길이 곡선의 미학이라면, 이곳은 시원시원하게 뻗은 직선의 미학이다. 늦가을의 끝자락, 주황빛으로 깊게 물든 나무들은 바닥에 폭신한 낙엽 카펫을 깔아놓고 부여에서 온 손님을 반겼다. 발을 디딜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여기가 한국 맞아?” 드라마 속 그 풍경 

숲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SNS에서 수없이 봤던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잔잔한 호수 위로 비치는 숲,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노란색과 붉은색의 유럽풍 별장 하나.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촬영지다. 

마치 알프스 산맥 어딘가에 있는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부여의 정림사지나 궁남지가 주는 단아한 한국적 미감과는 확연히 다른, 낯설지만 설레는 이국적인 정취다. 호수에 비친 반영(反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일상의 복잡한 고민들이 숲의 고요함 속에 가라앉는 기분이다. 





화려하지 않아 더 좋은, 겨울의 입구에서 

이곳의 진짜 매력은 고요함이다. 축제로 북적이는 관광지가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잎을 떨구고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니 차가워진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진다. 눈이 내리면 이곳은 또 어떤 모습일까. 순백의 설경 속에 고립된 별장의 모습을 상상하니, 한겨울에 다시 한번 차를 몰고 와야겠다는 다짐이 선다. 

부여 이웃들을 위한 팁(Tip)

이 아름다운 숲은 개인이 정성껏 가꿔 무료로 개방한 사유지다. 입장료는 없지만, 그만큼 방문객의 매너가 필수다. 내부에 카페나 매점이 없으니, 부여에서 출발할 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텀블러에 담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논산시가 이곳을 치유 관광지로 가꾼다고 하니, 앞으로 더 좋아질 편의시설도 기대해 볼 만하다. 

매일 보는 익숙한 풍경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날, 멀리 갈 필요 없다. 우리 곁엔 차로 30분이면 닿는 겨울왕국이 있으니까. 이번 주말엔 이웃 동네 논산으로 가볍게 숲캉스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여행 정보]

위치: 충남 논산시 벌곡면 황룡재로 480-113

가는 길: 부여읍 기준 차량 약 35분 소요 (국도 이용)

특이사항: 입장료 무료, 반려동물 동반 가능(목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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