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밤의 치명적 약점 ‘껍질’, 650도 고온 박피 기술로 태워 없애다
인건비·가공 난제 극복하고 ‘100% 국산’ 고집… 美·日 넘어 할랄 시장까지 ‘노크’
2024년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이 불러온 달콤한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편의점의 양갱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100% 급증하는 등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소비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문화적 현상의 중심에서 조용하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이 있다. 바로 충남 부여의 밤 가공 전문 강소기업, ‘밤뜨래영농조합법인(대표 강신황)’이다.
밤뜨래의 성공은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운이 아니다. 가공이 까다로워 외면받던 국산 밤의 한계를 ‘기술’로 정면 돌파해 낸, 집요한 혁신의 결과물이다.
| 밤양갱 신드롬, 달콤한 경제효과 인포그래픽 |
‘최고의 맛, 최악의 가공성’… 국산 밤의 딜레마를 풀다
전국 밤 생산량의 24%를 차지하는 부여군의 농가들에게 국산 밤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해 맛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가공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치명적인 ‘구조적 한계’ 탓이었다. 한국산 밤은 떫은맛을 내는 속껍질(내피)이 알맹이에 단단히 유착되어 있어 기계적 분리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깎아야 했기에 인건비 부담이 막대했고, 결국 가공식품의 원료 자리는 값싸고 껍질이 잘 벗겨지는 중국산 밤이 독차지했다.
강신황 대표는 “맛 좋은 우리 밤이 가공되지 못하고 생과로만 소비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산 밤 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게임 체인저가 된 ‘650도 고온 박피 기술’
밤뜨래가 찾아낸 해법은 역발상이었다. 껍질을 깎는 것이 아니라 ‘태우는’ 방식인 ‘650도 고온 박피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이 기술은 순간적인 고열을 가해 겉껍질과 속껍질을 순식간에 태워 없앤다. 결과는 획기적이었다. 수작업에 의존하던 박피 공정이 100% 자동화되면서 생산 효율은 급상승했고, 고질적인 인건비 문제는 해소됐다. 무엇보다 껍질이 완벽하게 제거된 깨끗한 ‘노란 알밤’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산 원료 없이도 밤소(앙꼬), 양갱, 맛밤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 밤뜨래에서 생산하는 맛밤(사진=밤뜨래) |
| 밤뜨래에서 생산하는 밤양갱(사진=밤뜨래) |
‘타협 없는 원칙’… 축파(筑波) 품종 100%와 글로벌 스탠더드
기술적 기반 위에 밤뜨래가 얹은 것은 ‘품질에 대한 고집’이다. 이들은 충주와 부여에서 자란 우수 품종인 ‘축파’만을 수매해 가공한다. 원가 절감을 위해 수입산과 섞어 쓰는 관행을 거부하고 ‘100% 국산 원료’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여기에 무첨가물 공법을 더해 밤 본연의 맛을 살린 ‘우리나라 맛밤’은 깐깐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한, 내수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HACCP ▲ISO22000 ▲FSSC22000 등 국제 식품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할랄(Halal)’ 인증까지 마쳤다.
생산·가공·수출의 선순환… 농촌 6차 산업의 롤모델
밤뜨래의 성장은 지역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밤(1차)을 혁신 기술로 가공(2차)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및 수출(3차)로 연결하는 ‘농촌 6차 산업’의 이상적인 모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밤뜨래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일본의 선진 밤 가공업체인 ‘죽풍당’과 기술 제휴를 맺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밤 앙금을 활용한 스무디, 음료 등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밤양갱’ 그 이상의 미래를 준비 중이다.
강신황 대표는 “밤뜨래의 목표는 한국산 밤이 세계 시장에서도 최고급 브랜드로 각인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농가와 기업, 소비자가 모두 웃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