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스포츠로 지역이 살아났다” 7년간 1,900억 원 경제 효과… 전국이 배우는 ‘청양 모델’
대한민국의 많은 농촌이 인구감소와 산업 침체로 조용히 스러지고 있다. 그러나 충남 청양군은 달랐다. 인구 3만 명, 충남에서 가장 작은 군이자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던 이곳이 지금은 전국 지자체의 스포츠 마케팅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올랐다.
청양군이 선택한 돌파구는 바로 ‘스포츠’였다. 하지만 단순한 경기 유치가 아니었다.
청양은 ‘머무는 스포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스포츠를 지역경제, 복지, 관광이 연결된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지난 7년 동안 청양군이 유치한 스포츠 대회는 1,112건,방문객은 22만 명, 경제 파급효과는 1,900억 원에 달했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지역을 살린 이 ‘청양의 기적’, 그 성공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 청양군 읍내 전경사진(사진 청양군) |
절벽 끝에서 찾아낸 생존의 길 — 스포츠
2010년대 중반 청양군의 상황은 위태로웠다. 농업 비중이 지역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고, 청년층은 떠나고 노인만 남았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9%,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지방소멸지수는 0.175,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청양군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부 성장’이 아닌, ‘외부 활력’을 끌어오는 전략이 절실했다. 그 해답이 스포츠 마케팅이었다.
청양군 관계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공장도, 대기업도 없는 청양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뿐이었습니다. 스포츠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었죠.”
‘머무는 스포츠’ — 청양 모델의 핵심
청양군 스포츠 마케팅의 핵심은 분명했다. 단순히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것”이었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이를 ‘머무는 스포츠’라 명명했다.
체류형 소비 구조 구축
대회 참가자들이 경기만 치르고 떠나는 ‘스쳐 가는 방문객’이 아니라 숙박·식사·관광·쇼핑까지 즐기는 체류형 소비자가 되도록 설계했다.
▲ 관광지 순환 셔틀을 운영해 칠갑산·천장호 등 주요 관광지 접근성을 높였다.
▲ 경기 참가자 가족을 위한 농촌체험 패키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 전통시장 할인 이벤트를 병행해 소상공인 매출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서 숙박시설 가동률과 음식점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
청양읍의 한 식당 주인은 말했다. “전에는 주말만 장사가 됐는데, 요즘은 대회 기간이면 평일에도 손님이 꽉 찹니다.”
계절을 넘어선 연중 포트폴리오
청양은 스포츠 대회의 비수기 공백을 없앴다. 봄에는 검도, 여름에는 복싱과 탁구, 가을에는 합기도, 파크골프, 겨울에는 실내 구기종목 등 사계절 유치 전략으로 꾸준한 방문객 흐름을 유지했다. 이는 지역 숙박·요식업계의 연중 매출 안정화로 이어졌다.
| 지난 11월 7일 부터 9일까지 진행된 제26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합기도대회 장면(사진 청양군 체육회) |
스포츠-관광-복지 융합형 인프라
청양군은 ‘스포츠 시설’이 단순히 경기장이 아니라 복지와 교육, 관광을 아우르는 복합 거점이 되도록 설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남도립파크골프장이다. 남양면 일대에 조성 중인 108홀 규모의 이 시설은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라 스포츠 복지 클러스터다. 운동처방사, 재활치료사 양성센터와 연계되어 ‘운동+치유+교육’의 복합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청양군은 전국 최초 군 단위 탁구 실업팀 창단을 추진 중이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스포츠 꿈을 심어주는 동시에 전지훈련지로 활용되어 지역에 상시 소비를 창출할 전망이다.
주민이 함께 만든 ‘민관 협력형 거버넌스’
청양군 스포츠 마케팅의 성공 뒤에는 주민 참여형 구조가 있다. 대회 준비, 진행, 숙박 안내, 환경 정비까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인력 지원을 넘어 ‘우리 마을의 행사를 우리가 만든다’는 공동체 자긍심을 키웠다. 스포츠 행사는 이제 군민 모두의 축제가 되었다.
‘1,900억 원의 기적’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청양군의 스포츠 마케팅은 그야말로 ‘투자 대비 최고의 효율을 낸 지역 발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동안 청양군이 유치한 스포츠 대회는 1,112건, 누적 참가자는 22만 명을 넘어섰다.
이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약 157억 원, 그러나 그 결과로 창출된 총 경제적 파급효과는 무려 1,9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2023년 한 해에만 52개 대회를 유치하고 4만 5천여 명이 청양을 찾으며, 약 290억 원의 지역경제 효과를 거뒀다.
이는 청양군 전체 인구(약 3만 명)의 1.5배가 넘는 인원이 한 해 동안 청양을 방문한 셈으로, 숙박업과 요식업, 전통시장, 농산물 납품농가 등 지역 전반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즉, 청양군의 스포츠 마케팅은 단순한 대회 유치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실질적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청양 인구의 1.5배가 넘는 방문객이 찾아왔으며, 지역 음식점, 숙박업소, 농산물 납품 농가의 소득 증대가 뚜렷했다.
또한 청양군은 도립파크골프장이 완공되면 연간 40만 명의 방문객, 300억 원 이상 추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청양군은 청양군체육회를 통해 매월 각종 전국대회의 스포츠마케팅 추진일정을 공지하고 있다.(사진 청양군체육회) |
공동체를 살리고 세대를 잇다
청양의 스포츠 마케팅은 단순한 경제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 복원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통한 주민 간 신뢰 회복 ▲ 스포츠 행사를 통한 세대 간 교류 확대 ▲ 청소년 e스포츠 대회와 노년층 파크골프 프로그램을 통한 세대 통합
학계에서는 청양 사례를 전형적인 ‘사회적 자본 재생 모델’로 평가한다. 스포츠가 지역을 연결하고, 주민이 스스로 지역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산업’이자 ‘희망’이다
청양군의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스포츠는 더 이상 여가가 아니다. 지역의 생존 전략이다.
경기를 통해 외부 인구를 유입시키고, 관광과 결합해 소비를 창출하며, 주민이 함께 참여해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 이것이 바로 ‘청양형 스포츠 마케팅’의 본질이다.
청양군의 성공은 작은 농촌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지역이 청양을 주목하고 있다.
소멸의 위기에서 부활의 무대로 청양은 이미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