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무술감독, 부소산성 상설공연무대 위 백제전통무예 재현의 선봉에 서다
영화에서 공연까지 누빈 액션 장인, ‘싸울아비 상설공연’으로 백제의 검을 일깨우다
영화와 무대를 넘나들며 한국 액션 예술을 이끌어온 서정주 무술감독이 전통무예 복원과 공연화를 위한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섰다. 그는 현재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백제전통무예원(원장 김형중) 주관으로 진행 중인 ‘코리아 싸울아비 무사단 전통무예 상설공연’에서 무술감독으로 참여해, 백제의 계백정신과 전통 검무의 맥을 무대 위에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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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예도 계승자 서정주 무술감독 |
부여 부소산성 정문에서 5월 3일(토) 부터 한 달간 매주 토·일요일 열리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예 시범을 넘어 역사적 서사를 품은 백제전통무예공연으로 기획됐다. 서 감독은 공연의 무술 연출을 총괄하며 고대 백제 무사의 검술과 격투 기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와 무대를 넘나든 무술 장인… '진짜 액션'의 무게를 전하다
서정주는 한국 공연계에서 무대 위 액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20대 시절 한국 전통 검술인 검예도 수련을 시작으로 무술의 길에 입문한 그는, 한빛예무단 활동과 스턴트맨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전을 익혔다. 이후 2005년 영화 ‘잠복근무’를 시작으로 ‘쌍화점’, ‘루시’ 등 다수의 작품에서 액션 배우로 활약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루시’에서 최민식 배우의 수하로 등장해 바주카포를 쏘는 장면은 그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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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무술감독의 영화 루시 출연장면 |
무대에서도 서 감독의 진가는 빛났다. 2011년 뮤지컬 ‘조로’를 시작으로 ‘그날들’, ‘신흥무관학교’, ‘귀환’ 등 굵직한 공연에서 무술 연출을 맡으며 무대 위에서 구현 가능한 액션의 한계를 끌어올렸다. 카메라 워킹이나 편집의 도움 없이 배우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공연 특성상, 그는 합의 구성과 연출, 배우 안전까지 세심한 설계로 정평이 나 있다.
싸울아비무사단 공연, 백제 무예와 현대 무대 예술의 결합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백제 여전사 '계산공주'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 무예극이 주요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서정주 감독은 검무와 격검술을 접목해 계산공주의 전사적 면모를 무대에 구현하고 있으며, 주인공 계산공주 역할은 해동검도 유단자이자 무예 안무가로 활약 중인 윤자경이 맡았다. 윤자경은 이번 공연을 통해 백제 여전사의 기상과 검무의 예술성을 동시 전달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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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전통무예원에서 지도하는 서정주 무술감독 |
서 감독은 계산공주 캐릭터의 감정선과 전투 장면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윤자경과 수차례에 걸친 합과 리허설을 거쳤으며, 강인하면서도 서사적인 여성 전사의 형상을 창조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검술 시연을 넘어, 백제 여전사 부활이라는 극적 서사를 설득력 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부여에서 진행 중인 ‘코리아 싸울아비 무사단 상설공연’은 서정주 감독에게 있어 단순한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백제 전통무예를 바탕으로 검무와 격투 장면을 창작하는 이번 공연에서 그는 무사의 호흡과 검의 결을 현대 관객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무대로 승화시키고 있다.
공연은 단순한 전투 묘사에 그치지 않고, 고대 백제의 영웅 서사를 극화한 구성으로 짜여 있으며,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액션 표현이 강점이다. 서 감독은 이를 위해 출연 무사들과 함께 수주 간 훈련을 진행하며 검술의 원리와 합, 무대 동선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그의 지휘 아래 싸울아비 무사단은 화려함보다는 정확한 호흡과 리듬, 강인한 무사 정신을 중심에 두고 무예를 구현하고 있다.
무술감독의 존재감, 공연예술의 새로운 기준 제시
서 감독은 무대에서 무술감독의 역할이 단순한 액션 안무 이상임을 몸소 입증해 왔다. 그는 “액션은 감정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고 말하며, 액션이 극 중 인물의 서사와 감정을 녹여내는 핵심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배우들의 개별 역량과 극의 흐름을 고려한 ‘맞춤형 합’ 설계를 통해, 장면마다 감정선이 살아 있는 액션을 완성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의 활동은 무술감독이 단지 무예를 지도하는 기술직이 아니라, 작품의 핵심을 설계하는 창작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공연계 내부에서도 무술감독의 필요성과 위상이 점차 인정받고 있는 가운데, 서정주의 사례는 후배 무술연출가들에게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그의 아내는 뮤지컬 배우 정선아로, 두 사람은 공연계의 대표적인 예술인 커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예술과 훈련, 삶의 균형을 함께 이어가며 공연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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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무술감독 배우자인 정선아 뮤지컬 배우 |
서정주 무술감독은 앞으로도 한국 전통 무예를 기반으로 한 공연 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흥분을 동시에 선사하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백제의 무예가 부여 무대를 넘어 한국 공연 예술의 대표 콘텐츠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