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제71회 백제문화제 ‘성공 신화’… 95만 명이 찾은 10일간의 역사 축제

8년 만의 역사문화행렬·K-싸울아비무사단 공연까지, 백제의 혼이 살아 숨 쉰 대장정

“아름다운 백제, 빛나는 사비”… 부여, 천오백 년의 시간을 열다

지난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 부여군 일원에서 열린 제71회 백제문화제가 관람객 95만여 명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아름다운 백제, 빛나는 사비’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 이번 축제는 역사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종합문화축제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축제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드론이 수놓은 사비의 밤, 미디어아트로 부활한 백제의 빛

올해 백제문화제는 주 행사장인 백제문화단지를 중심으로 역사적 고증과 현대적 감성을 융합한 프로그램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1,100여 대 드론으로 연출된 ‘드론아트쇼’는 백제의 왕도 사비 위로 펼쳐진 장엄한 빛의 향연이었다.

사비궁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아트 ‘빛으로 빚은 백제야(夜)’는 첨단 영상기술로 고대 백제의 미를 재해석해, “시간을 거슬러 들어간 듯한 감동”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한 ‘성왕연회’는 사비궁의 고풍스러운 건축미 속에서 클래식과 탱고 공연, 굿뜨래 농산물 디너, 캔들라이트 조명이 어우러진 프리미엄 문화공연으로, 한층 격조 높은 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사비궁 야경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아트쇼

가족이 함께한 역사 체험… “아이와 부모 모두의 축제”

황금연휴 기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흥행을 이끌었다.
‘YES 키즈존’은 어린이 전용 놀이공간으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고, ‘생활문화마을’에서는 금귀걸이 키링, 목간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등 백제의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가족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 전용 놀이공간 YES 키즈존의 버블 마술쇼

공연의 품격을 높이다… 전 세대가 함께 즐긴 무대

공연 프로그램 역시 백제문화제의 흥행을 견인했다.
백제문화단지 주무대에서는 프로미스나인, 폴킴, 조성모, 김연자, 이은미, 데이브레이크, 머쉬베놈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음악의 향연을 펼쳤다.

특히 일본 ‘야마토 대북공연단’의 특별 공연은 국제 교류의 의미를 더하며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8년 만에 부활한 ‘백제역사문화행렬’, 부여 시가지를 물들이다

올해 백제문화제의 백미는 단연 ‘백제역사문화행렬’이었다.
8년 만에 부활한 이번 행렬에는 부여 군민과 학생 600여 명이 참여해 왕실 행차, 고취대, 대형 백제기 등 웅장한 퍼포먼스를 재현했다.

부여중학교에서 출발해 정림사지까지 이어진 행렬은 도심 한복판을 백제의 거리로 바꾸며, 천오백 년 전 사비성의 위용을 되살렸다.
관람객들은 “부여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며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백제역사문화행렬’에서 행진하는 백제 왕실과 군사들

비가 내려도 멈추지 않은 검무… ‘K-싸울아비무사단’의 백제혼

이번 축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백제전통무예원(원장 김형중)이 선보인 ‘K-싸울아비무사단 무예시연’이었다.
10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진행된 이 공연은 매회 수백명의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에도 수백 명의 관객이 우산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싸울아비무사단은 젖은 마당 위에서도 액살베기, 계산쌍검무, 창술, 격검, 궁시진(활쏘기) 시연 등을 이어가며 백제 전사의 혼과 기개를 완벽히 구현했다.

6일부터 추가된 ‘아버지와 아들의 1:1 격검 시연’은 이번 축제의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실제 부자(父子)가 출연한 이 공연은 세대를 잇는 백제의 혼을 상징하며,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공연 후 진행된 포토타임에서는 관람객과 무사단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백제의 기억을 공유했다.

K-싸울아비무사단의 부자가 출연해 격검대결을 펼치고 있다.

구드래와 신리를 잇는 ‘백제 옛다리’, 백마강의 밤을 수놓다

‘백제 옛다리(부교)’는 구드래 선착장과 신리를 잇는 270m 구간의 부교로, 백마강 위를 걷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했다.
밤이 되면 LED 돛단배와 수변 경관조명이 어우러져 백제의 낭만을 더했고,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백제문화제 필수 인증 명소’로 떠올랐다.

구드래 선착장과 신리를 잇는 270m 구간의 부교와 LED 돛단배

운영과 시민참여, 완벽한 조화로 빛나다

올해 축제는 운영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철저한 현장 대응과 청소 관리로 행사장 청결이 유지되었고,
주차 및 셔틀버스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관람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특히, 자원봉사자와 군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운영 체계가 큰 역할을 했다.
백제문화제는 단순히 ‘관람하는 축제’가 아닌, ‘군민이 직접 만드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백제의 정신은 현재형이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이번 백제문화제는 천오백여 년 전 백제가 꿈꾸던 개방과 포용, 그리고 문화의 품격을 오늘의 부여에서 되살려낸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며,

“비가 내려도 꺼지지 않은 열정, 시민과 관람객의 참여가 이번 축제의 진정한 성공 요인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백제문화제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현재형 축제”라며
“내년에는 더 새롭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백제의 세계화를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95만 명의 발걸음이 남긴 역사, 그리고 부여의 내일

10일 동안 이어진 제71회 백제문화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닌, 부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백제’의 복원 프로젝트였다.

천오백 년의 역사를 품은 사비의 대지 위에서,
백제의 혼은 다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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