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무사들의 검끝에서, 천오백 년 백제의 혼이 살아났다.”
추석 연휴의 빗줄기가 부여 백제문화단지를 적셨던 10월 6일 오후, 하늘은 흐렸지만 광장 위에는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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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백제문화제를 맞아 백제전통무예원(원장 김형중)의 K-싸울아비무사단이 선보인 무예 시연은, 궂은 날씨를 뚫고 찾아온 수백 명의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우산을 든 가족들, 발을 굴러 박수를 보내는 아이들, 빗방울을 맞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무사단의 무예는 더욱 빛났다.
비에 젖은 검날은 흐릿한 하늘을 가르며 은빛으로 반짝였고, 무사들의 함성은 천둥처럼 광장을 울렸다.
“비도 막지 못한 백제의 혼”
이날 공연은 단순한 무예 시연이 아니라, 백제의 혼을 되살리는 한 편의 서사극이었다.전통복식으로 무장한 싸울아비들이 깃발을 높이 들고 입장하자 관람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이어 펼쳐진 ‘백제의 신검 칠지도 검무 의식’과 ‘백제 여전사 계산 쌍검무’, 그리고 ‘종합전투베기’는 마치 사비성의 왕궁 앞에서 백제의 군사들이 호국의 맹세를 다지는 듯한 장엄한 기운을 전했다.
특히 계산 쌍검무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붉은 치마자락이 빗물 위에서 물결치듯 흩날리며, 검 끝마다 불빛이 반사되어 백제의 예술미와 전사의 기개를 동시에 담아냈다.
관람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녀의 치마자락과 검선을 따라 눈을 돌렸고, 마지막 검무가 끝나자 광장 가득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백제의 기개를 품은 검, 세대를 잇는 감동의 무대”
공연을 주관한 백제전통무예원 김형중 원장은 “비가 내려도 백제의 혼은 멈출 수 없다”며,“이 무대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백제인의 정신, 그리고 이 땅의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의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관객 중에는 아이 손을 꼭 잡은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진검 휘두름에 눈을 반짝였고,
노년의 어르신들은 “이런 게 진짜 백제 문화제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만든 또 하나의 장면, 추억이 되다”
빗방울이 맺힌 검 끝이 하늘을 찔렀을 때, 광장에는 백제의 기상이 깃들었다.빗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대열을 유지한 무사단의 모습은 오히려 더 웅장하고 신성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람객들은 함성과 박수를 치며 포토타임을 갖었다.
누군가 말했다.
“오늘의 공연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백제가 다시 살아 숨 쉬는 순간이었다고.”
“비는 흩뿌렸지만, K-싸울아비의 무예는 멈추지 않았다.
그날 부여의 하늘 아래, K-싸울아비들은 백제의 영혼을 다시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