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의 대표 상징물로 조성된 백제대종(百濟大鍾)이 2017년 제야 타종식을 끝으로 공공 타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역사적 의미와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제대종은 부여군 개군 10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상징물로 추진되어 28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2016년 완성되었다. 첫 타종은 2016년 제62회 백제문화제 전야제에서 울렸고, 2017년 제야 행사에서 두 번째 공식 타종을 진행하며 군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공식 타종식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 은은한 조명 아래 우뚝 선 백제대종과 팔작지붕 종각의 장엄한 모습이 부여의 시간을 품은 듯 빛난다 |
백제 왕도 사비의 혼 담긴 ‘천년의 소리’
백제대종은 단순한 기념 조형물이 아니라 백제문화 복원의 완성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제작은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기록, “멀리 심야에 종소리 울려, 맑은 새벽까지 두루 미치다” 라는 문구를 근거로 이루어졌으며, 사비시대의 뛰어난 미감과 화려한 문양이 종 전체에 정교하게 반영돼 있다.
부여군은 대종의 주제를 ‘천년의 소리, 미래의 울림’으로 설정하고 한옥 전통 양식을 반영한 팔작지붕의 종각까지 완성해, 부여군청 앞마당에 백제 왕도의 상징성을 회복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했다.
군민 성금으로 만든 ‘공동체의 종’… 화합 상징
백제대종은 부여군민의 성금으로 제작된 종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성금 기부자들의 이름은 종에 새겨져 있으며, 대종은 제작 취지 자체가 “군민 화합과 미래 도약의 상징”이었다.
2017년 제야 타종식에서는 군민의 무병장수와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33번의 타종이 울렸고, 공식 행사 이후에도 군민들이 직접 종을 칠 수 있도록 개방돼 공동체적 의미를 더욱 확장했다.
| 정면에서 바라본 백제대종의 글자와 섬세한 연꽃문양 |
| 옆모습의 백제대종은 타종 목재와 함께 장착되어 있어, 언제든 군민의 소망을 울릴 듯 단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 계획 있었지만… 활용은 멈춘 상태
부여군은 백제대종을 단순한 기념 조형물이 아닌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군민의 날과 제야 행사, 백제문화제 개막행사 등 주요 시기마다 정기적으로 타종을 진행해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대표적인 지역 행사로 정착시키려 했으며, 백제문화제 기간에는 관광객들이 직접 종을 울려보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할 구상이었다.
또한 국내외 자매·우호 도시의 귀빈이나 외국 사절단이 부여를 방문할 때 기념 타종 행사를 마련해 부여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백제대종을 세계유산도시 부여의 새로운 상징으로 홍보하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백제대종을 지역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과는 달리, 2017년 제야 타종을 끝으로 공식적인 활용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이로 인해 백제대종이 지닌 문화적·관광적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심장, 다시 울릴 때
백제대종은 제작 배경, 예술적 가치, 군민의 참여로 이루어진 과정 등 모든 요소에서 부여군민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담고 있는 상징물이다.
정기적인 타종이 재개된다면, 이 종은 다시 한 번 부여가 과거 백제의 영광을 계승하면서도 미래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천년의 박동’이 될 수 있다.
백제대종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 그리고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폭넓게 논의되며, 지역사회에서는 종의 재활성화와 체험형 문화 콘텐츠로의 재구성을 바라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