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짓는 개발 멈추고 ‘삶과 기억’ 보존해야”… 빈 점포 활용한 마을박물관 네트워크 제시
굿뜨래페이 연계·군립미술관 건립 등 구체적 로드맵 내놔… “사람이 곧 전시가 되는 도시”
침체된 부여군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물리적인 개발 대신 지역의 일상과 문화를 보존하는 ‘에코뮤지엄(Ecomuseum)’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부여군의회 민병희 의원은 제297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사람과 문화, 역사와 세대를 잇는 에코뮤지엄 기반의 도시재생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민병희 부여군의원의 5분발언 장면(사진=부여군의회)
“마을 전체가 전시장”… 주민 주도 ‘지붕 없는 박물관’
민 의원이 제안한 ‘에코뮤지엄’은 특정 건물에 유물을 가두는 기존 박물관과 달리, 지역 주민이 생활하는 마을 전체를 하나의 살아있는 전시 공간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민 의원은 “도심 곳곳의 골목과 상권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삶을 지탱해 온 주민들의 이야기가 있다”며 “서울 이화동 마을박물관 사례처럼 주민이 주도하여 지역의 고유한 서사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방식이 부여형 도시재생의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빈 점포는 ‘역사 갤러리’로, 관람은 ‘굿뜨래페이’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도심 내 늘어가는 빈 점포와 노후 상가, 유휴 공공시설의 ‘재활용’을 꼽았다. 이 공간들을 연결해 ▲백제 유산 ▲근현대 생활사 ▲시장과 골목 이야기 등을 담은 ‘마을박물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특히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와 연계한 스탬프 투어 도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이 마을 곳곳을 누비며 소비를 유도해, 문화적 보존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림사지박물관 기능 회복 및 군립미술관 건립 촉구
민 의원은 기존 문화 시설의 기능 강화와 신규 인프라 확충도 함께 주문했다. 정림사지박물관은 기획전과 해설 프로그램을 보강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하며, 865점에 달하는 기증 작품을 보유한 ‘부여군립미술관’ 건립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예술가와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예술 실험 플랫폼 조성도 덧붙였다.
민병희 의원은 “지금 부여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건물을 짓는 개발이 아니라, 흩어진 유산과 단절된 세대를 잇는 일”이라며 “사람이 전시가 되고 골목이 기록이 되는 ‘살아있는 박물관 도시 부여’를 만들기 위해 집행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